P a r t 2 Q. 중간에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이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세상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좋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바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솔님이 중요하게 여기시는 가치가 궁금해요. 사람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성향이나 환경이 다 다르니까 서로에게 해가 없는 생태계,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작업을 할 때 또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람들이 생각보다 무언가를 봤을 때 이것을 있는 그대로 못 보고 이렇게 맥락을 끼워서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심리학에서도 인지 오류에 대한 얘기들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인지 편향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는 이유를 알고 나니까 사람들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못 보는 게 맞구나, 그러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맨 처음에 자연물 작업을 하게 된거에요. 예를 들어 우리는 바다를 많이 보니까 예쁘긴 한데 이 바다가 갖고 있는 색이라든지 선이 다 다른데 이것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라는 것에서 시작을 한거여서. 이 가치를 개인의 삶에도 적용을 하면 사람들이 흔히 “인간의 가치는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개인이 진짜 개인을 들여다 보았을 때 이 사람은 정말 보는 그대로 어떤 가치가 있다는 사유를 있는 그대로는 잘 하지는 못하잖아요. 요즘은 본인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되게 힘든 그런 시대라고 해야 되나. 자신 스스로 그런 가치를 발견을 잘 못하고 그러니까 또 타인의 가치는 더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처럼 진짜 그냥 딱딱딱 모든 것을ㅡ사물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자연물도 그렇고, 자기 자신도 그렇고ㅡ 뭔가 다른 가치편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판단을 해야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것도 더 쉬울 것 같고. 이것을 계속 보는 연습, 있는 그대로를 잘 보는 연습이 사람들한테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각의 개인이 자신의 본연의 가치를 볼 수 있게끔 하는?) 맞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자연물도 전체가 아니라 하나하나도 다 쪼개봐도 괜찮구나, 이것도 가치가 있다. 이걸 계속 어필을 해 주고 싶었던 거고.그래서 오히려 사물 사진 같은 것들도 예를 들어, 아마 제가 보통 꽃을 찍으면서 생각했던 게 이 꽃도 결이랑 이런 게 하나 하나가 다 예쁘고 모양도 다 다른데, 사람들은 어쨌든 꽃은 꽃이고 그냥 이렇게 봤을 때 그냥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보통 이렇게 보거나 꽃다발로 보지있는 그대로를 막 뜯어서 보진 않잖아요. 그래서 꽃을 위의 관점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해서 탄생한 것들이었고. (그렇네요. 저도 왜 꽃이나 다른 사물을 이런 방식으로 찍으셨을까 궁금했어요. 왠지 백과사전에 있을 법한 정물사진 느낌이 드는데 또 그 안에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서정적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솔님의 사진에 그런 의미가 있다니 또 다르게 보여지는 것 같아요. ) 예전에 지금 말씀하신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던 것 같아요.예를 들어서 뭔가 제 사진이 뭔가 이건 이거다 라고 정의내리는 사진이 없고 그냥 있다- 라는 느낌이 든다는.(맞아요.) 저는 정의 내리기를 싫어하니까 되게 이건 이거다라고만 하면 그냥 진짜 그것만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그런 건가. Q. 솔님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지키기 위한 일상적인 일이나 아니면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이 있나요? 일을 하다보면 또 일에 좀 매몰될 때가 있잖아요. 좀 환기시킬 수 있는 일이라든지. 저는 주로 원래는 그게 여행이었고, 여행을 보통 가면 약간 한국인들이 많은 데 보다는 아예 사람들이 잘 모르는 데를 가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현지인들이랑 만나서 조금 얘기를 해본다거나 현지 생활을 해보면 관광객의 시선에서 볼 때보다 되게 다른 게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거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하고 아니면 되게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은 걸 보면서 아 이게 다 비슷비슷하구나에서 얻어지는 안정감? 그러니까 예를 들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보통 약간 한국은 사람들이 힘든 게 메이저를 못 가면 다 실패한 것 같고 부모님이 모르는 데 가면은 좀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잖아요. 저 같아도 그랬을텐데 여행을 많이 하면서 사람들이 사는 방식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이런 업으로도 사는구나’ 이런 걸 보면서 회사가 내가 아니고 내가 회사가 아닌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서 그래서 어떤 소속이 내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면 그 회사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게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이제 사람들이 좀 매몰된다고 해야 되나. 그간 여행을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제가 드라마를 잘 안 보고, 특히 책도 베스트셀러라든지 현대 문학을 잘 안 보거든요. 다 고전이나 영화도 최신 영화 말고 옛날 영화를 보는데 그런 게 좀 덜 자극적이어서 성향이 맞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나 이런 것들은 사실 지금 인기가 있지만 시대상을 파악하기에는 좋지만 뭔가 이게 좋은 건지는 나중에 지나봐야 이 책이 나쁜 건지 아는데 100년 전 200년 전 50년 전 영화인데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거 그게 좋으니까 살아있는 거예요. 다 이제 걸러지고 남은 것들이니까 약간 확률적으로 좋을 확률이 높아서 그런 걸 좀 더 많이 보는 편이고. 또 다른 일은 요가를 하는 것 같아요. 2018년부터 요가를 했으니까 좀 오래 했어요. 요가를 한 일주일에 두 세 번 하면서 내 호흡에 집중하고 내 자신에 집중을 하는 시간을 만들어요. 그게 제 삶의 방식과 좀 잘 맞아떨어져서 이걸 좋아한 건지 아니면 이걸 배워서 더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그게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운동보다는 요가가 더 성향에 맞는것 같아요. 다른 운동을 했을 때는 약간 운동 자체의 스킬 막 이런 것을 요하는데, 요가는 심리적인 부분도 좀 이렇게 역할을 해주니까. 똑같이 팔을 뻗는 것도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동 범위가 달라지고, 원래 그냥 팔을 뻗으면 뻗는 건 줄 알았는데 이게 내가 호흡을 이렇게 하거나 내가 생각을 어떻게 하면 이게 더 뻗어지고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부터 겉으로만 보는 게 다가 아니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런 심리적인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건강이 그냥 잘 먹고 잘 자면 물론 그게 건강한건데 신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내 몸을 잘 쓸 수 있는 상태가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요가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요즘 추천하는 영화나 책은요? 요즘 본 것 중에 좀 딱 꽂혔던 영화는 미스터 노바디라는 영화가 있어요. 대략 어떤 내용이냐면 계속 현실 그러니까 현재랑 2092년을 왔다갔다 해요. 주인공이 할아버지가 되서 죽기 직전 2092년의 세계는 이제 자연사하는 인간은 없고 생명의 연장이 되는 그런 상황인데, 이 사람은 이제 자연사를 선택을 해서 죽는 마지막 사람이다 해서 죽는 순간이 다 생중계 되거든요. 그때 이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죽기전에 이 사람의 일대기를 좀 읊어달라고 얘기를 해요. 이 사람이 9가지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거든요. 9가지 삶의 모습이 (영화를 보면 그 내용이 이해가 되는데) 각각 이 선택을 했더니 이 삶을 살고, 또 다른 선택을 했더니 이런 삶을 사는.. 엔딩이 다 다 다른 내용이에요. (Mr. Nobody, 2009) (시간여행으로 9가지의 삶을 살아봤다는 건가요?) 여행이라기보다는 하나가 만약에 진짜라고 했을 때는 나머지는 다 그냥 상상이겠죠. 어쨌든 그 사람의 9가지 인생이 나열이 돼요. 이걸 했더니 이렇게 살아서 이렇게 죽고 이렇게 했더니 이렇게 죽고. 그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거는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을 하면 다 다른 삶이 펼쳐지는데 그 모든 선택이 다 틀린 게 아니라 다 그냥 너의 선택이고 다 맞다는 거에요. 이 사람이 맨 마지막에 되게 행복하게 죽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9가지의 삶 중에 본인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을 생각하면서 죽거든요. 그게 어떤 삶이었냐면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능동적으로 선택을 했던 삶인 거예요. 그걸 보면서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거랑 잘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되게 재밌었어요. 계속 이렇게 교차가 되면서 뭐가 진짜 삶이지 생각하면서. 이런 삶도 살았었고 이렇게 선택했더니 주인공이 이런 삶을 살고 또 이렇게 선택했더니 이런 삶을 살고, 그 각각의 죽음의 방식이 다 다르거든요. 이렇게 살았더니 이거를 후회했고 이게 이제 보여지다가 이 사람이 가장 행복한 거는 그때 본인이 이런 생각을 해서 이렇게 선택을 했던 것이 행복한 거였고 그래서 이렇게 행복하게 죽는구나 하는 그런 내용이에요. (되게 재밌겠다. 진짜) 되게 재밌어요. 그 영화가 요즘 본 것 중에는 마음에 와 닿았고 책은 니체같은 고전문학을 잘 읽게 되는 것 같아요. Q. 얘기를 들으면서 대략적으로 솔님이 어떤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단단함이 어디서 오는지, 뭔가를 추구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뒤에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떻게 영감을 받아오셨고 지금 현재도 어떤 노력과 일들과 생각을 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가 보여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때요? 약간 갭은 있기는 한데 단편적으로는 꽃, 빵 사진 이렇게 정물 작업을 했는데 그런 류의 사물 작업을 계속 할거에요. 설 연휴쯤에 제가 치즈를 찍었는데 한 4월 중에 오픈을 할 생각이고 개인 작업을 좀 더 많이 하고싶어요. 그리고 비주얼 브랜딩 차원에서는 제 생각에는 코로나도 올해 안에 종식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서 그럼 좀 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다양한 캠페인 작업 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외국에 나가는 것을 계획을 하고 있는데, 잠깐 나가서 거기에 프로덕트를 찍는다든지 그런 거를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한 5월에서 6월 사이에 쉬면서 생각을 정리를 하고 싶은데 지금은 계속 의뢰가 들어오다 보니까 딱 그 생각만 할 시간이 없어서 대외적으로 이때 쉬려고 합니다. 지금 비주얼 디렉팅을 하고 있는 브랜드 2개가 한 3-4월에 오픈을 하게되어서 올해는 이제 그 브랜드들을 주력으로 얼마만큼 풀어낼 수 있나를 시험을 할 것 같고, 제 개인 작업을 저도 좋아하는데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좀 좋아해주셔서 뭐랄까 감정적으로 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거를 안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작업을 좀 더 많이 할 생각이에요. (개인작업을 하는게 솔님의 어떤 색깔을 또 일관적으로 유지시켜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약간 좀 웃기다고 해야 되나. 제가 그 자연물 작업을 하면서 생각했던 게 나중에 진짜 설국열차처럼 이제 지구 생태계가 다 망가지는 때가오면 내가 찍었던 것들이 진짜 사진으로만 남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 사진에 대한 금전적으로 생각하기 보단 그 가치 자체로 (어쨌든 이건 이제 없는 거니까) 좀 더 생각하지 않을까. 어느 날 내 사진이 그런 역할을 하면 어떡하지? 생각하니까 이거를 잘 못 놓겠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이것도 되게 중요한 작업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쨌든 지금 이제 돌아다니는 데 제약이 있으니까 그걸 못 했던 거고. 그래서 저는 여행을 할때 도시보다는 보통 오지나 자연을 가는 걸 더 좋아해서 여행을 가서 개인 작업들을 하고싶어요. @wn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