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al

올해 캔버스백을 구상하다가 가죽백 전문이신 공장 사장님이 가장 잘만드실 것 같은 가방으로 폴디드 보스턴 백을 선택했다. 캔버스백도 좋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완벽주의이신 사장님이 가장 잘 하실 디자인으로. 여러번 공장을 옮기다 3년 정도 함께 해주신 사장님은 싸구려 가방을 만들지 않으신다. 40년을 이어온 성격상 그렇게 만드실 수가 없다. 폴디드 백은, 봄·겨울을 캐리할 수 있는 레더백에서 유독 습한 여름을 위한 나일론,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만난 은방울꽃이 그려져 있는 자카드 백으로 이어가게 됐다. 신설동을 돌아다니다, 보물처럼 반짝 눈에 들어온 일본 수입 원단. 나만 그 반짝임에 마음을 뺏긴 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급했다. 일찌감치 만들어놓은 자카드 미스트를 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가방을 보여드려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3년 전 우연하게 만났던 인연으로 함께 작업했던 다솜님이 떠올랐다. 그때도 헥헥거리며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는데, 촬영장의 분위기를 리드해주시는 모델은 거의 처음이었다. 다솜님을 생각하면, 성숙한 외모에 아이같은 모습으로 늘 새로움을 보여주신다는 느낌이다. 투명하고, 과하지 않은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모델은 단연 다솜님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3년 만에 연희동에서 만난 다솜님과 여러 대화를 나눴다. 그간 각자 보낸 시간들과 일에 대한 시각의 변화, 나이에 따른 신체의 급격한 변화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 재밌었던 작업들과 새로운 일들을 향한 도전-! 대화를 한 후, 작업 미팅이 아니라 연희동 투어를 했다. 까페서부터 양말 편집샵, 빈티지샵, 멋진 작업들을 하시는 작은 가게들을 두루 다니면서, 그간 달려온 시간에 퍼즈를 주듯, 촬영 미팅이 나에게 오롯이 채워지는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 실버, 화이트, 네이비 실로 짜여진 은방울꽃 느낌의 특별한 원단. 그리고 휴식 같은 다솜님과의 만남. 수많은 콘텐츠로 매일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야 하는 요즘, 나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싶었다. 조용한 호흡,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 자극보다는 그림 자체가 주는 여백으로 이 가방이 기억되기를. 그 시간의 호흡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 촬영도 많이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백이 필요하다. 무덥고 습한 여름에 산책하면서 만난 길가의 은방울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선물을 받는 듯한 우연한 위로의 시간 말이다. 이 가방을 마주한 순간이, 누군가에게도 그런 시간이었으면 한다. 바쁘게 몰두하던 하루의 한가운데서 잠시 손을 멈추는 누군가. 쌓여가는 알림을 잠깐 뒤로 미뤄두고, 창밖을 한 번 보고, 마시던 커피가 어느새 식어버린 걸 그제야 알아차리는 사람. 은방울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오늘 나에게도 이런 반짝임 하나쯤 주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문득 생각해보는 사람. 그렇게 아주 잠깐, 자기만의 퍼즈를 갖는 누군가. 열심히 달려온 날들과, 휴식과, 여백 사이의 그 경계를, 그 누군가도 잠깐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자카드 미스트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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